
혼자 있는 시간이 유독 길었던 어느 겨울 밤이었다. 불 꺼진 방, 창밖에서 멀어지는 차량 소리, 그리고 이어폰 속을 맴돌던 재즈 피아노. 똑같이 듣던 곡이었는데 그날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. 음악이란 건 결국 내 상태, 내 리듬, 그리고 내 이야기에 반응한다는 걸 그때 처음 또렷하게 깨달았다.
그 이후로 나는 내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을 시작했다. 그리고 그걸 멜로디로 옮겨보기로 마음먹었다. 완벽한 화성이나 세련된 코드 진행보다는, 어떤 날은 거칠고 어떤 날은 굼뜬 음 하나가 더 진하게 남는다. 누군가에게는 다소 엉성할 수 있는 그 ‘느낌’들이, 내게는 너무도 선명한 기록이다.
처음에는 혼잣말처럼 끄적인 짧은 리프나 코드들이 전부였지만, 반복해서 들으며 다듬다 보면 그 안에 분명한 흐름이 생긴다. 이 작업실을 만든 이유도 거기에 있다. 머릿속에만 흘러가던 음악을 어딘가에 옮겨두고, 내가 어떤 순간을 지나왔는지를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공간이 필요했다.
어쩌다 보니 친구들이 내 곡을 듣고 “이건 지난번보다 덜 외롭다”거나 “조금은 밝아졌네?” 하고 말해줄 때, 음악이 단순히 내 기록을 넘어 누군가와 공유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이기 시작했다. 꼭 멋진 장비나 대단한 이론이 없어도,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감정을 소리로 남길 수 있다면, 그 자체로 음악이 된다는 확신도 들었다.
여기서는 거창한 이론이나 정답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. 오히려 음악이 ‘어떻게’보다 ‘왜’ 만들어졌는지가 더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들이 쌓이길 바란다. 나처럼 감정에 귀 기울이는 사람, 혹은 그런 시간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, 이 공간이 작은 공명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.
– 마른프레드 작곡가